오피니언 > 사설 > 2021-01-11 오후 2:42:54

[사설] 고령군은 이 같은 궁색한 결과가 나올지 과연 몰랐을까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고령정수장 폐쇄 요청부터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건설과 관련하여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에 이어 주민설명회가 지난 7일 고령군과 성주군 등 철도 노선 각 자치단체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초안에 정거장 설치가 포함된 성주군은 환영하며 변동 없이 사업이 추진되길 기대했으며, 고령군은 정거장 유치가 무산됨은 물론 노선이 오히려 고령군을 관통함에 따라 주민 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반발하며 당초 안(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 대로 고령군을 통과하지 않도록 노선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고령군은 이번 초안에 대해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해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궁색한 결과가 나올지 고령군이 과연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며, 알고도 대처하지 않았다면 부작위에 해당한다.
 
남부내륙철도건설사업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11월 김천-삼천포 철도 기공식까지 개최되었으나 재원조달 등의 문제로 중단되었다가 2006년 3월 국가기간교통망계획(김천-진주)에 반영되면서 재추진 되었다.
당시 함양군을 중심으로 대전-무주-함양-진주-거제 구간의 자치단체와 합천군을 중심으로 김천-합천-진주-거제 구간의 자치단체가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2009년 한국교통연구원의 ‘국가철도망 전철화 최종 보고서’에는 대전-함양-거제 구간의 우선순위가 11위였으며, 김천-합천-거제 구간의 우선순위는 13위였다.
2010년에는 KTX고속철도망 구축전략 보고에 남부내륙철도가 포함되었으나 제2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아 해당 구간 자치단체들이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합천군이 역사유치를 위해 범군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방위 유치 활동에 들어간 것이 이 시기이다. 그 결과 함양군과 합천군의 유치전은 2011년 김천-합천-진주-거제 구간이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포함되어 고시되면서 일단락되었다.
2011년부터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포함에 이 구간 자치단체들이 힘을 모은 결과 2013년 11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6년에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결국 포함되었다. 그러나 2017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경제성분석(B/C)이 0.72 및 종합평가(AHP) 0.429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좌초 위기를 맞았으나,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선정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령군도 김천-(고령)-합천-진주-거제 노선 관철을 위해 합천군을 비롯한 이 구간 자치단체와 함께 힘을 쏟았다. 고령군은 이태근 군수 재임 당시 2008년 4월, 성주군·합천군과 함께 예산을 들여 ‘김천-통영간 철도건설 조사사업 연구용역’을 국립서울산업대학교에 발주했다. 2008년 10월 완료된 해당 보고서에는 각 군의 정거장 입지 검토뿐만 아니라 정거장과 연계한 택지개발계획을 비롯해 산업단지조성계획 등 다양한 계획을 담고 있다.
당시 고령군이 정거장의 입지로 검토했던 곳이 쌍림공단 앞의 농경지 부근이다. 그러나 용역 결과 입지조건이 타당하지 않아 대가야읍 쾌빈리 지역 농경지에 설치토록 계획되었다. 해당 지역에는 고령정수장으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어 2008년 10월 고령군은 철도 정거장 설치 등을 위해 고령정수장 폐쇄를 환경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2009년 4월 환경부는 고령정수장의 내구연한이 20년으로, 2016년까지 사용연한이 남아 있다며 존치할 것을 시달했다.
 
2010년 6월 곽용환 군수가 취임하고 남부내륙철도와 관련하여 김천, 성주, 합천, 진주, 거제 등 해당 구간 자치단체장들과 조기건설 요구를 위한 행사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 정거장 유치를 위한 활동은 거의 전무했다.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되었을 당시에도 고령군과 성주군은 정거장 설치가 배제되고 합천군에 정거장이 들어설 계획이라는 본지의 보도에 대해 당시 고령군 기획감사실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오보라고 이의를 제기해 본지가 입수한 정부의 계획안을 담당자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합천군은 2010년부터 역사유치를 위한 범군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으니, 고령군도 역사 유치전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논평했지만 고령군은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곽용환 군수는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선정 이후인 2019년 4월에서야 고령군청 직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결의대회를 가졌으며, 이후 고령역유치위원회를 구성해 7월 국토해양부를 방문했으며, 2020년 8월 한 차례 더 국토교통부를 방문했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고령군은 “그렇게 많이 찾아가거나 공문을 보내고 많이 해도 우리군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고령군이 2010년부터 정거장 유치를 위해 지금껏 무엇을 했는지, 그것이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거장 유치를 위한 전략도 오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결정에는 AHP(계층적 의사결정법, Analytic Hierarchy Process) 분석기법을 적용한다. AHP는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 이를 단계별로 분석함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사결정 기법이다.
2008년 고령군이 성주군·합천군과 함께 발주한 용역에서도 AHP 분석이 적용되었으며, 2017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분석 및 2019년 11월 국토교통부가 발주해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인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에서도 AHP 분석이 적용된다.
현재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의 용역을 제외하고 남부내륙철도와 관련하여 가장 최신의 타당성 분석인 2017년 기획재정부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0개 시군별 지역낙후도 지수 순위에서 고령군은 75위이며, 김천시는 90위, 성주군은 104위, 진주시는 65위, 통영시는 76위 거제시는 29위, 합천군은 148위, 고성군은 103위, 산청군은 162위로 산정되었다. 고령군과 성주군을 단순 비교하면 75위와 104위로 성주군의 지역낙후도가 더 심각하다. 그러므로 정부의 입장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고령군이 아닌 성주군에 정거장을 설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고령군은 국토교통부를 찾아 “2개의 고속도로 IC, 영·호남을 연결하는 광주대구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국도 26호·33호가 교차하는 뛰어난 접근성 등 사통팔달의 연계성과 뛰어난 접근성, 편리한 이용성”을 강조했다고 하니, 오히려 고령군은 교통이 좋아 철도가 필요 없다고 항변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오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평가대상은 사업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이다. 특히 입지의 타당성과 관련한 주요검토 및 고려사항으로는 환경적으로 중요한 지역·지구 포함 여부, 하천횡단과 대절토 구간에 공사 시 발생하는 토사유출이 하천 및 농경지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된다.
이번 초안의 입지현황 검토에서 고령군은 자연공원이 없지만 성주군은 가야산국립공원이 있어 이를 고려하여 우회하는 방안으로 대안이 제시되었으며, 성주군은 상수원보호구역이 없지만 고령군은 상수원보호구역이 있어 이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수원보호구역 인근으로 철도 또는 정거장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입지의 타당성 측면에서 대안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가야읍 일원에 철도 정거장 설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상수원보호구역부터 먼저 해제하고 요구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령군은 먼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고령정수장 폐쇄부터 환경부에 요청해야 한다. 고령정수장의 사용연한은 2016년까지로 이미 지났다. 지역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는 고령정수장을 유지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폐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행정의 부작위 밖에 되지 않는다.
고령정수장 폐쇄를 통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전제로 2008년 고령군이 당초 계획한 대로 대가야읍으로 정거장을 유치하기 위해 성주군과 협력해야 한다. 성주군의 입장에서도 이번 초안의 정거장 입지인 수륜면 적송리 일원보다 2008년 당초 계획인 성주읍 대흥리 경산교 인근에 정거장이 설치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선로의 선형을 고려하여 터널과 대가천을 이용하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인해 고령군에 정거장을 추가로 설치하는 비용 문제는 결국 정치적 문제일 뿐이다.
 
평가항목에 대한 노련한 대처도 요구된다.
AHP 종합평점의 항목은 경제성 분석, 정책적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이다. 먼저 B/C(비용편익분석) 비율, NPV(순현재가치), IRR(내부수익률) 등의 경제성 분석은 높을수록 사업시행 점수가 높다. 그러므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의 지표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업데이트 해 제시해야 한다.
둘째 정책적 분석은 정책의 일관성 및 추진의지, 재원조달 가능성, 환경성 등을 평가한다. 특히 해당 자치단체 및 주민의 사업에 대한 추진의지, 선호도 및 숙원도가 평가내용에 포함됨으로 사업 추진 의지가 높다는 것을 고령군 및 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지역낙후도 및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지역낙후도는 낙후 정도가 심할수록 사업 시행 점수가 높다. 그러므로 지역낙후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철도 등 국책사업의 지역낙후도지수 평가는 인구(인구증가율, 노령화지수), 경제(재정자립도, 제조업종사자비율, 승용차등록대수), 기반시설(도로율, 의사수, 도시적토지이용율) 등을 종합하여 평가하고 있다. 고령군이 “사통팔달의 교통의 중심지”라는 등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주장은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역낙후도 점수를 높이기 위해 인구, 경제, 기반시설 등의 평가항목에 관내 주소두기 운동 등 보여주기 식으로 만들어 낸 거품은 모두 제거하고 실증된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추진 중인 타당성조사 용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에 공람된 초안은 국토교통부가 2019년 11월에 발주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에 대한 결과물로 초안에 대해 환경부가 공람 이후 30일 이내에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반영하여 2019년 9월에 발주한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간)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구조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한 업체는 초안에 대해 “노선 및 정거장의 설치 등은 국토교통부 및 타당성조사를 수행하는 용역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 환경과 관련한 영향평가만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노선의 변경 및 정거장 설치 여부 등은 모두 현재 수행 중인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에서 결정되는 구조이다.
해당 용역의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조사의 방법에 문헌자료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령군에 유리한 자료는 용역업체에 제출해 문헌자료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역 신설 타당성 조사’ 항목에서 신설역 부지검토, 종합적 열차운영계획 및 장래 발전 가능성 고려, 신설역 지역에 대한 도시계획 및 장래계획 등을 조사 내용으로 하고 있어 고령군의 도시계획을 접목한 제안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신설역 및 노선계획과 관련해서 용역업체는 국토교통부와 사전협의하고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용역업체가 고령군과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 특히 용역 완료 후에도 기본계획 수립 고시일까지는 지자체 의견사항 등을 반영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어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2019년 8월 경상북도에서 ‘남부내륙철도 경북구간 역사설치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을 발주한 결과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도 정거장 유치는 고령의 미래를 담보하는 기반시설임에는 틀림없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는 후세에게 크나 큰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이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 모든 대응의 출발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고령정수장 폐쇄부터 요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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